고교 졸업후 군에 입대한 청년은 제대하자마자 밤낮없이 투잡을 뛰며 악착같이 돈을 모았습니다. 유학비용이 마련되자 미련없이 호주행 비행기에 오른 청년은 전문대학격인 TAFE에서 호텔경영과 관광을 공부하는 유학생이 됐습니다. 영어와 전공 공부를 병행하면서도 그는 쉼없이 아르바이트를 했고 3년의 유학생활 후 청년은 3000만원이라는 돈을 들고 귀국했습니다. 화려한 호텔에 취직하는 대신 청년은 시골마을로 들어가 농사를 짓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청년농사꾼 '삼채총각' 김선영씨(27) 이야기입니다.
선영씨에게는 두 가지 꿈이 있었습니다. 외국유학과 창업이 그것입니다. 고교 입학후 '대학입시만을 위한 공부가 과연 내 인생에 무슨 도움이 될까?' 하는 생각과 함께 사춘기 방황이 시작됐고 졸업도 하기 전에 외국에 나가겠다고 고집을 부렸습니다. 하고자 하는 일이 있다면 군 문제로 흐름이 끊기면 안된다는 주변 어른들의 조언에 따라 군에 입대했습니다.
논산육군훈련소에서 조교로 복무하는 동안에도 첫 번째 꿈인 외국유학에 대한 열망은 더욱 커져만 갔습니다. 조급한 마음에 전역도 하기 전 이력서를 이곳저곳에 돌려 제대하자마자 아르바이트를 시작했습니다. 하루 4시간씩 자면서 낮에는 아울렛에서 가구 나르고, 밤에는 바에서 맥주 서빙을 했습니다.
평소 '남들이 다 한다고 해서 굳이 할 필요는 없다'며 대학에 가지 않은 선영씨의 뜻을 존중해 주셨던 부모님도 외국유학은 강하게 반대하셨습니다. 하지만 선영씨에겐 '지금이 아니면 안된다'는 절박함이 있었고, '호주에 가서 굶어 죽더라도 가고 싶다, 부모님 도움 안 받고 유학생활 하겠다'며 간절히 부모님을 설득한 끝에 스물두살에 호주 유학길에 올랐습니다.
◇호주에선 무조건 영어만 사용...독하게 주경야독
호주 브리즈번에서는 전문대학격인 SBIT TAFE(Southbank Institute of Technology Technical And Further Education)에서 관광과 호텔경영을 전공했습니다. 한국을 떠날 때 비행기티켓 비용 외에 여유가 없었기에 통장에 돈이 떨어지기 전에 무슨 일이든 해야 했습니다. 새벽에는 길거리 청소, 낮엔 레스토랑 서빙, 주말엔 인력거꾼까지 알바생활은 호주에서도 계속됐습니다.
영어공부와 병행하면서 여러 곳에 이력서를 꾸준히 남기다 보니 알바의 레벨도 조금씩 업그레이드 됐습니다. 마지막에는 5성급호텔의 VIP만을 위한 다이닝 레스토랑에서 일해보는 경험도 했습니다.
당시 강의를 듣던 교수로부터 농업이 미래 가장 유망한 분야가 될 것이라는 이야기에 영감을 얻은 선영씨는 농업과 관광을 접목시킨 사업 아이디어를 구상하게 됩니다.(이 아이디어는 이후 농가 레스토랑이 있는 힐링타운 조성이라는 구체적인 꿈으로 발전된다) 우연한 기회에 미얀마가 원산지인 '삼채'라는 채소를 알게 된 이후 두 번째 꿈인 창업에 대한 열망이 싹트게 됩니다.
"외국에서의 생활이 좋았어요. 전세계 다양한 나라에서 온 친구들을 사귈 수 있었고 학벌이나 출신이 아닌, 열심히 일한 만큼 인정받고 대우받는 풍토가 좋았죠. 돈 벌며 공부하느라 고생스럽긴 했지만 3년간의 호주생활은 내 젊은 날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경험이라고 생각해요."
중국어를 배우기 위해 베이징 유학을 계획했던 선영씨는 당초 계획을 과감히 수정했습니다. 삼채와 창업에 꽂힌 이후 하루라도 빨리 창업을 해 내 사업을 일구고 싶은 마음에 더 이상 호주에 있을 수 없었다. 2012년 12월 한국으로 돌아왔을 때 힘들게 일하며 유학자금으로 모아뒀던 3000만원은 창업 밑천이 됐습니다.
호텔경영을 공부한 해외유학파 청년이 한국에서 농사를 짓겠다고? 모두가 말렸고 스스로도 고민이 많았지만 한 번 결정한 일은 망설임없이 실행에 옮기는 성격 탓에 이후 과정은 속전속결로 진행됐습니다.
사업계획서를 쓰고 열심히 발로 뛴 덕분에 2013년 진천군 후계농업경영인(구 영농후계자)로 선정되면서 스물네살 청년농사꾼의 앞길에 청신호가 켜졌습니다. 2억원의 정부지원 자금으로 충북 진천에 땅을 매입하고 새벽 5시부터 일어나서 하루종일 진짜 삽질을 했습니다. 농사에 대해 아는 것도 없었고, 생각했던 것보다 몸은 훨씬 힘들었습니다. 181센티미터 키에 70킬로가 넘었던 몸무게는 66~67킬로까지 빠졌습니다.
◇'힘든 것은 견디면 되고 모르면 배우면 된다'
창업 이전에 농업부터 제대로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에 AT농식품유통교육원에서 6개월과정인 농산물 마케팅과정과 외식산업과정을 수강했습니다. 이 때 많은 농업회사 CEO들과도 친분을 쌓으며 다양한 농업정보를 얻은 것은 물론, 우리나라 농업 상황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당시 국내에선 삼채가 약초인지 채소인지도 모르는 시절이었습니다. 농사만 지어놓으면 판매는 그냥 되는 줄 알았지만, 판로를 찾지 못해 많은 양의 삼채를 폐기처분까지 하는 뼈아픈 경험도 해야 했습니다. 중간 도매상이나 농산물시장에 밭떼기로 넘기면 손쉽겠지만 그렇게 했다간 '창농'의 의미가 퇴색될 것이 뻔했습니다.
'농장에 앉아서 기다린다고 팔리는 것이 아니구나, 내가 직접 뛰어다니면서 판로를 뚫어야 하는구나.' 깨달은 선영씨는 소비자를 직접 만나기 위한 방법으로 블로그를 시작했고, 삼채에 대해 1일 1포스팅 하다보니 하루 2000~3000명씩 방문자들이 들어오게 됐습니다. '삼채총각'이라는 블로거로 이름이 알려지면서 고객도, 판매도 쑥쑥 늘었습니다.
운좋게 대기업이 운영하는 한식 부페 레스토랑에 납품하게 되면서 삼채를 본격적으로 알리는 계기가 됐습니다. 케이블TV의 모 프로그램에 '억대농부' 패널로 출연하기도 했고, 방송출연 이후 강의 요청까지 들어와 중고등학교에서 청년농업인에 대한 강의도 했습니다. 최근엔 30~50대 대상으로 성공적인 귀농방법에 대해 유료강의를 해보자는 에이전시의 제안으로 이달 17일 서울에서 첫 강의에 나섰습니다.
올해는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첨단 농법을 도입해 생산품목을 허브로 확대할 계획입니다. 삼중 수막하우스 안에서 양액재배를 하면 인건비도 절감할 수 있고, 사계절 내내 대량생산도 가능하다는 판단이 섰습니다. 물론 실패할 수도 있지만 완벽한 것은 없기에 철저하게 준비됐고 확신이 있으면 도전하는 게 맞다는 것이 선영씨 지론입니다.
◇매출 10억까지는 ‘억대농부’ 의미없어....끊임없이 공부해야
현재 삼채나라 진천삼채 영농조합법인과 내추럴니즈 농업회사법인 2개 회사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선영씨는 진천에서 직접 농사를 짓고 한달에 두어번은 서울에 와서 강의도 하고 공부도 하고 미팅도 합니다.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정도로 바쁘지만, 대표 스스로가 많은 역할을 감당해야 하기에 마케팅도, 부동산 경매도, 재무도 직접 배웁니다.
"3년 내 이루고 싶은 꿈이 2가지 있습니다. 1만평 규모의 농장을 100만평으로 넓혀 농장 레스토랑을 만드는 것과 현재 3억~4억 수준의 회사매출을 10억으로 끌어올리는 것입니다. 호주의 친구들이 놀러오라고 하는데 멈출 수가 없어요."휴가 한 번 못갔다고 아쉬움을 토로하는 4년차 농부는 지금 해야 할 일이 많고 일이 즐겁기 때문에 행복하다고 말했습니다.
관광과 호텔경영을 공부한 유학생 선영씨의 최종 목표는 농업과 외식업을 접목한 전문적인 회사를 키워나가는 것입니다. 고리타분한 구식 농사가 아닌, IT와 젊음이 녹아 있는 스마트한 농장, 건강한 먹거리를 생산하는 아지트를 만들어 도시인들이 먹고 마시고 쉴 수 있는 힐링타운을 조성하겠다는 야무진 꿈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가는 길이 꼭 안전하고 행복한 길은 아닙니다. 20대만이 할 수 있는 도전이 수없이 많은데 대기업 공무원이 되는 것만이 절대적인 가치나 행복을 주진 않습니다. 스펙 말고 에너지를 쌓으세요. 자신이 원하는 일에 대해 신념이 있다면 할까말까 고민하지 말고 행동하세요."
[출처] 자유학기제 웹진 꿈트리 VOL.07